벼랑 끝의 챔피언: 베르스타펜, 출전 정지까지 단 1점

맥라렌이 미쳤다. 노리스와 피아스트리가 번갈아 가며 우승하고, 레드불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4년간 F1을 지배했던 베르스타펜은 이제 등 뒤에서 느껴지는 숨소리가 차갑다.

스페인에서 터진 일은 단순한 충돌이 아니었다. 이건 챔피언의 본능이 그를 파멸로 이끈 순간이다. 압박감 속에서 폭발한 베르스타펜의 공격성은 이제 그 자신을 향해 날을 세우고 있다.

과연 이게 단순한 레이싱 인시던트일까? 아니면 왕좌를 지키려는 챔피언의 절망적인 몸부림이었을까?

충돌의 해부학 - 스페인에서 터진 폭탄

세이프티 카가 바꾼 모든 것

피아스트리가 레이스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런데 안토넬리가 트랙 옆에 멈춰 서면서 세이프티 카가 나왔다. 피트 월의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순간이다.

선두권 대부분이 피트인하는데, 레드불은 딜레마에 빠졌다. 베르스타펜에게 남은 건 예열 더딘 하드 타이어뿐이었다. 결국 하드를 선택했고, 이 결정이 모든 걸 틀어버렸다.

재개, 그리고 균열

레이스가 재개되자 하드 타이어의 한계가 바로 드러났다. 베르스타펜은 마지막 코너에서 크게 휘청였고 르끌레르에게 추월당했다. 러셀이 바로 뒤에서 압박해왔다.

1번 코너에서 러셀과 휠-투-휠 접전을 벌이던 베르스타펜은 트랙을 벗어났다가 앞서서 복귀했다. 레드불 피트 월은 페널티를 우려해 러셀에게 자리를 내주라고 지시했다.

이해할 수 없다!

베르스타펜의 감정은 이미 통제 불능이었다.

5번 코너의 폭발

64랩, 5번 코너에서 사건이 터졌다. 베르스타펜은 팀 지시에 따라 속도를 줄이는 듯했다. 러셀의 메르세데스가 나란히 오자, 베르스타펜이 갑자기 가속하며 러셀의 사이드포드를 들이받았다.

온보드 영상과 텔레메트리가 모든 걸 보여줬다. 이건 실수가 아니었다. 베르스타펜의 의도적인 충돌이었다.

더 아이러니한 건, FIA 스튜어드들이 이미 베르스타펜의 1번 코너 트랙 이탈에 대해 '추가 조치 없음'으로 결론 내린 상태였다는 것이다. 레드불의 자리 양보 지시는 팀의 완전한 오판이었다.

베르스타펜의 분노는 러셀을 향했지만, 진짜 원인은 자신의 피트 월이었다. 자신들의 잘못된 판단에 대한 분노가 러셀에게 향한 셈이다.

스튜어드의 냉정한 판결

FIA는 명확했다.

• 10초 시간 페널티: 5위 피니시가 10위로 강등
• 페널티 포인트 3점: 단일 사건 부과 가능한 최고 수준

2025 스페인 그랑프리 최종 결과

베르스타펜은 5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으나 10초 페널티로 10위 기록

해당 충돌은 의심의 여지 없이 1번 차량의 행동에 의해 야기되었다. -FIA 공식 판결문

고의적 충돌. 더 이상 애매한 구석이 없다.

레이스 출전 정지까지 단 1점

페널티 포인트 시스템의 위력

12개월간 누적 12점이면 다음 한 경기 출전 정지. 간단하다. 2024년 마그누센이 실제로 당했고, FIA가 누구든 예외 없이 적용한다는 걸 증명했다.

베르스타펜의 위험천만한 현황

현재 누적 11점. 2024년 오스트리아에서 받은 2점이 6월 30일에 소멸된다. 그런데 그 직전 레이스가 바로 오스트리아 그랑프리다.

만약 오스트리아에서 1점이라도 더 받으면? 12점 달성으로 영국 그랑프리 출전 금지. 현역 챔피언이 징계로 레이스를 못 뛰는 초유의 사태다.

캐나다 그랑프리에서 1점을 더 받으면? 오스트리아 그랑프리 출전금지로 이어진다. 이건 레드불에게도 치명적이다. 오스트리아는 레이불의 홈 그랑프리이다.

2025 페널티 포인트 순위

베르스타펜이 독보적이다. 나쁜 쪽으로.

역사는 되풀이된다

세나-프로스트: 복수의 달콤함

1989년 스즈카에서 프로스트가 세나를 막으며 고의 충돌. 세나는 실격당하며 타이틀을 내줬다. 1년 후, 세나가 첫 코너에서 프로스트를 들이받아 복수했다. 훗날 세나는 고의였다고 시인했다.

슈마허: 헤레스의 자폭

1997년 마지막 레이스. 1점 차로 쫓기던 슈마허가 빌뇌브의 추월을 막으려 충돌을 시도했다. 하지만 슈마허만 리타이어했고, FIA는 그의 챔피언십 2위 자격을 박탈했다.

로즈버그의 고백

2014년 벨기에에서 해밀턴과 충돌한 로즈버그는 "요점을 증명하고 싶었다"고 인정했다. 베르스타펜의 레이스 후 인터뷰와 똑같은 마인드다.

위대한 챔피언들의 공통점? 모두 자신의 공격성 때문에 대가를 치렀다는 것이다.

기로에 선 왕

스페인에서 터진 건 실수가 아니다. 맥라렌의 부상, 레드불의 전략 실패, 베르스타펜의 불같은 성격이 한데 엉켜 터진 필연이었다.

베르스타펜 패러독스가 드디어 현실이 됐다. 그를 네 번의 챔피언으로 만든 공격성이 이제 다섯 번째 타이틀을 위협하고 있다. 더 이상 맥라렌이나 메르세데스와만 경쟁하는 게 아니다. 자신의 징계 기록, 그리고 차가운 규정과도 싸워야 한다.

모든 시선이 캐나다와 오스트리아로 향한다. 베르스타펜이 자신의 본능을 제어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의 위대함을 정의했던 바로 그 공격성이 결국 그를 무너뜨릴까?

답은 곧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