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Insights

By Conradmaker

맥라렌의 딜레마: 노리스 vs 피아스트리
맥라렌의 딜레마: 노리스 vs 피아스트리

맥라렌의 딜레마: 노리스 vs 피아스트리

맥라렌이 위기다.

캐나다 그랑프리 67랩에서 벌어진 노리스와 피아스트리의 충돌은 단순한 레이싱 사고가 아니었다. 이건 2025년 F1 챔피언십의 결정적 전환점이다. 압도적인 머신을 가진 팀의 두 드라이버가 서로를 향해 칼을 뽑아든 순간이었고, 그 결과는 맥라렌의 이상적인 팀 철학이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이어졌다.

내가 보기에는, 이 사건이 현대 F1에서 팀 관리 방식과 드라이버 심리, 그리고 챔피언십의 본질에 대한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과연 '착한 팀'의 철학이 무자비한 타이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챔피언십이라는 이름의 도화선

2025 시즌 24개 레이스 중 10번째, 캐나다 그랑프리에 이르렀을 때 F1의 권력 구도는 명확했다. 맥라렌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었다. 컨스트럭터 챔피언십을 압도적으로 이끌고 있었고, 그들의 파파야색 머신은 그리드에서 가장 빠른 차로 평가받고 있었다.

문제는 그 완벽한 머신을 두 명이 타고 있다는 것이었다. 호주 출신 오스카 피아스트리가 영국인 랜도 노리스를 단 10포인트 차이로 앞서며 드라이버 챔피언십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이 10포인트 격차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아는가? 시즌의 향방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두 드라이버는 서로가 서로의 가장 강력한, 어쩌면 유일한 경쟁자가 되어버렸다.

모든 그랑프리가 미묘한 심리전과 치열한 속도 경쟁의 무대가 되었고, 매 랩마다 챔피언십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는 극한의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리고 캐나다에서 그 긴장감이 터져버렸다.

67랩의 광기: 질 빌뇌브 서킷의 비극

사건은 70랩 레이스의 67랩에서 발생했다. 노리스는 필사적이었다. 당시 5위로 달리던 그는 4위인 피아스트리를 추월하기 위해 여러 차례 공격을 시도했다. 질 빌뇌브 서킷의 10번 헤어핀에서 시작된 이들의 배틀은 긴 카지노 직선주로까지 이어졌고, 시케인을 통과한 후에도 계속되었다.

노리스의 움직임을 자세히 보면 패턴이 보인다. 헤어핀에서 인사이드를 노렸지만 피아스트리가 막았다. 카지노 스트레이트에서 슬립스트림을 이용해 다시 시도했지만 또 실패했다. 시케인에서 한 번 더 도전했지만 여전히 통하지 않았다. 여러 코너에 걸쳐 우위를 점하지 못한 노리스가 결국 성공 확률이 낮은 고위험의 수를 선택한 것이다.

메인 스트레이트에서 벌어진 최종 충돌은 조급함이 빚어낸 결과였다. 노리스가 피아스트리의 왼쪽 리어 타이어를 들이받았고, 그 충격으로 자신의 프런트 윙이 파괴되면서 그대로 월에 충돌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노리스의 움직임을 "서툴렀다(clumsy)"고 평가한 이유다. 이건 단 한 번의 판단 착오가 아니라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 드라이버의 한계였다.

즉각적인 여파: 사과, 페널티, 그리고 벌어진 격차

충돌 직후 노리스의 반응은 놀라울 정도로 신속했다. 팀 라디오를 통해 즉시 자신의 "어리석고(stupid)" "바보 같은(silly)" 실수에 대해 피아스트리와 팀 전체에 사과했다. 모든 책임을 인정했다. 레이스 후에는 리타이어했음에도 5초의 시간 페널티까지 받았다.

피아스트리는? 사고의 여파 속에서도 침착하게 4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챔피언십 선두 자리를 더욱 공고히 했다. 노리스와의 격차는 22포인트로 벌어졌다.

드라이버캐나다 GP 이전 포인트캐나다 GP 이후 포인트변화
오스카 피아스트리186198+12
랜도 노리스1761760
챔피언십 격차10 포인트22 포인트+12

노리스의 즉각적인 사과는 단순한 개인적 뉘우침을 넘어서는 의미가 있었다. 이건 맥라렌 팀 문화의 전략적 수행이었다. 안드레아 스텔라 감독이 "팀의 이익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을 명확히 한 바 있기 때문이다. '팀 동료와 접촉하지 말라'는 암묵적인 룰을 어긴 노리스가 공개적으로 책임을 인정한 것은 팀의 핵심 가치에 다시 순응하겠다는 가장 빠른 의사 표현이었다.

"파파야 룰": 벼랑 끝에 선 철학

몬트리올에서의 충돌은 단순히 '무엇이 일어났는가'를 넘어 '왜 일어났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는 맥라렌이 고수해 온 팀 관리 철학의 시험대다. 이른바 "파파야 룰(Papaya Rules)"이라고 불리는 이 접근법의 핵심은 명확하다.

안드레아 스텔라의 말이다: "우리는 랜도와 오스카에게 레이스할 기회를 주고 싶고, 시즌이 끝났을 때 팀에 의해 통제된 포인트가 아닌 그들의 실력과 퍼포먼스에 기반하여 마땅히 있을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철학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이 철학의 근간에는 팀 오더를 통해 결과를 조작했던 과거 F1 관행에 대한 반대와 실력주의에 대한 깊은 믿음이 자리 잡고 있다. 드라이버들을 신뢰하고, 그들의 순수한 경쟁을 통해 최고가 가려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2016년 월드 챔피언 니코 로즈버그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이 접근법을 "재앙을 부르는 레시피"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메르세데스에서 해밀턴과 치열하게 싸우며 타이틀을 따낸 그가 하는 말이다. 챔피언십이 걸려 있을 때 단순히 드라이버들을 신뢰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는 주장이다. 압박감은 사람을 바꾸고, 합리적인 판단을 흐린다는 것이다.

충돌에도 불구하고 맥라렌 수뇌부는 자신들의 철학을 고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 사건을 시스템의 실패가 아닌 "학습 경험"으로 규정하고 있다. 과연 이 낙관주의가 시즌 끝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역사의 메아리: 팀 동료가 전쟁을 시작할 때

맥라렌이 직면한 도전은 F1 역사에서 반복되어 왔다. 과거의 상징적인 팀 내 분쟁들을 통해 현재를 이해할 수 있다.

사건맥라렌 1989 (스즈카)메르세데스 2016 (스페인)레드불 2013 (말레이시아)맥라렌 2025 (캐나다)
드라이버세나 vs 프로스트해밀턴 vs 로즈버그베텔 vs 웨버노리스 vs 피아스트리
챔피언십 상황타이틀 결정전시즌 초반, 독점적 경쟁시즌 초반, 베텔 디펜딩시즌 중반, 독점적 경쟁
사고의 성격시케인 충돌, 둘 다 이탈1랩 충돌, 둘 다 DNF팀 오더 불복종메인 스트레이트 충돌
팀 대응정치적 논란, 팀 분열엄격한 "교전 규칙"베텔 보호철학 고수

세나 vs 프로스트 (1989): 맥라렌의 쓰라린 과거다. 팀의 프레임워크 부재는 갈등을 정치 싸움으로 비화시켰고 결국 팀을 산산조각 냈다. 스즈카에서의 충돌은 단순한 레이싱 사고를 넘어 F1 정치의 복잡한 음모론까지 불러일으켰다. 2025년의 맥라렌이 이 역사에서 교훈을 얻었다고 보는 이유다.

해밀턴 vs 로즈버그 (2016): 로즈버그가 말한 "재앙의 레시피"가 현실화된 대표적 사례다. 압도적인 머신을 가진 두 타이틀 경쟁자가 스페인 1랩 만에 둘 다 박살나는 충격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메르세데스는 결국 강압적인 "교전 규칙"을 도입해야 했고, 이는 팀 동료 간 경쟁이 얼마나 독성이 강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베텔 vs 웨버 (2013): "멀티 21" 사태는 하향식, 권위주의적 팀 관리의 실패를 보여주는 대표적 예다. 베텔이 팀 오더를 무시하고 웨버를 추월한 사건은 드라이버 간 신뢰가 무너졌을 때의 장기적 피해를 명확히 보여준다.

현재 맥라렌의 상황은 이 모든 역사적 교훈들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

노리스의 한계: 압박감이 만든 균열

솔직히 말하면, 노리스에게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압박감을 받으면 실수가 늘어난다. 캐나다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즌 내내 중요한 순간마다 보여준 패턴이다.

"착한 남자" 이미지와 즉각적인 사과는 팬들에게는 호감을 주지만, 챔피언십 경쟁에서는 약점이 될 수 있다. F1은 무자비한 스포츠다. 1000분의 1초가 승부를 가르고, 한 번의 실수가 시즌 전체를 좌우한다. 이런 환경에서 감정적 동요는 치명적이다.

반면 피아스트리를 보라. 냉철하고 계산적이다. 충돌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고, 4위로 완주하며 챔피언십 리드를 확대했다. 현대판 알랭 프로스트 같은 접근법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실수하지 않고, 기회가 왔을 때 확실하게 잡는다.

노리스가 챔피언이 되려면 마지막 한 조각이 필요하다. 압박감 속에서도 냉정함을 유지하는 능력, 감정이 아닌 계산으로 판단하는 능력이다. 지금까지의 패턴을 보면, 이 부분에서 피아스트리에게 밀리고 있다.

앞으로의 길: 맥라렌의 선택

몬트리올에서의 충돌은 2025년 챔피언십의 중심 서사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제 맥라렌은 고전적인 전략적 딜레마에 직면했다.

철학을 고수하다 챔피언십을 놓칠 것인가, 아니면 우승 확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치를 타협할 것인가?

현대적인 관리 철학이 F1의 시대를 초월하는 잔혹한 압박감에 맞서는 진짜 시험대다. 드라이버들을 믿고 자유롭게 경쟁시키는 것이 과연 최선의 결과를 가져다줄까? 아니면 역사가 증명하듯 결국 강압적인 개입이 필요할까?

내가 보기에는, 시즌이 진행될수록 더 많은 충돌이 있을 것이다. 더 많은 실수가, 더 많은 갈등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 누군가는 무너질 것이다. 나는 노리스와 같은 "착한 남자"를 좋아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패턴과 심리적 우위를 고려하면, 무너지는 쪽은 노리스일 가능성이 높다.

피아스트리는 이미 결정적인 심리적 우위를 잡았다. 압박 상황에서 더 침착하고, 실수하지 않으며,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과연 맥라렌의 아름다운 철학이 F1의 냉혹한 현실을 이길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2025년 챔피언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미래 F1 팀들에게 청사진 또는 경고의 사례를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