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Insights

By Conradmaker

알핀: 위기의 피트레인에서 헤어나올 수 있을까
알핀: 위기의 피트레인에서 헤어나올 수 있을까

알핀 F1 - 위기의 피트레인에서 헤어나올 수 있을까

알핀이 무너지고 있다. 한때 F1의 강호였던 이 팀은 이제 그리드 꼴찌를 맴돌며 추락하고 있다. 트랙에서의 참담한 성적, 끝없는 리더십 교체, 그리고 팀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불확실성까지. 내가 보기에 회복 불가능한 지경에 곧 다다를 것 같다.


붕괴의 시작점 - 모든 것이 동시에 망가졌다

트랙 위의 재앙, A524부터 A525까지

작년 2024년 바레인 그랑프리에 시작되었다. 17위와 18위. 이게 한때 챔피언십을 노리던 팀의 현실이었다. A524는 처음부터 설계 자체가 잘못된 차였고, 테크니컬 디렉터와 공기역학 책임자는 즉시 해임됐다. 당연한 결과였다.

2025년에는 달라질 줄 알았다. A525를 야심차게 공개했을 때만 해도 말이다. 하지만 시즌 10라운드가 끝난 지금, 알핀은 고작 11포인트로 컨스트럭터 순위 최하위다. 그것도 모두 가슬리가 혼자 따낸 점수다.

차량 성능은 2024년보다 오히려 더 나빠졌다. 그리드에서 가장 큰 성능 저하(-0.726초)를 기록한 팀이 됐다. 솔직히, 실제로 레이스를 보면 성능적 한계가 눈에 보인다.

잭 두한을 6경기 만에 콜라핀토로 교체한 것도 결국 헛수가 될 수도 있다. 콜라핀토도 아직 포인트 한 점 못 땄다. 문제는 드라이버가 아니라 차 자체였던 거다.

회전문 인사, 리더십이라는 게 존재하나

알핀의 고위직은 그야말로 회전문이다. 최근 12개월 사이에만 브랜드 CEO, 팀 대표, 스포팅 디렉터가 모두 떠났다. 2020년 이후 무려 5년동안 7명의 디렉터가 팀을 거쳐갔다. 이게 정상적인 조직 운영인가?

결정타는 2025년 6월 루카 데 메오의 사임이었다. 르노 그룹 CEO였던 그는 '르놀루션' 전략의 설계자이자 알핀 F1 프로젝트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였다. 그가 없어진 지금, 알핀을 지켜줄 사람이 르노 그룹 내에 누가 있나? 아무도 없다.

데 메오의 후임자는 감정적 애착 없이 순전히 돈으로만 F1 팀을 평가할 가능성이 높다. 막대한 비용에 형편없는 성과. 계산은 간단하다.

매각설, 이제 현실이 됐다

과거 인터뷰를 보면 데 메오 회장은 매각설을 강력히 부인해왔다. 하지만 루카 데 메오가 떠난 지금, 그런 부인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새로운 르노 리더십은 F1 팀을 재무적 관점에서만 볼 가능성이 높다. 이 정도 적자를 계속 감당할 이유가 있을까? 매각설은 이제 추측이 아니라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가 됐다.


전략적 항복 - 워크스 팀의 자존심을 버리다

엔진 프로그램 포기, 47년 역사의 종말

2024년 10월, 르노는 2025 시즌을 끝으로 F1 엔진 프로그램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1977년 F1 최초의 터보 엔진으로 시작된 47년 역사의 종말이었다. 르노 엔진이 얼마나 많은 우승을 만들어냈는데.

2026년부터는 메르세데스 엔진을 받는 커스터머 팀이 된다. 물론 작년 맥라렌처럼 커스터머 팀도 우승할 수 있다. 하지만 엔진 개발을 포기한다는 건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는 기술적 격차를 인정했다는 것이고, 둘째는 투자를 대폭 줄인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이런 감축이 시작되면 팀의 다른 부분에 필요한 자금에도 소극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엔진에서 돈을 아꼈는데 섀시 개발에는 펑펑 쓸 리 있겠나?

알핀은 이제 우승이 아니라 생존을 목표로 한다는 신호를 보냈다. 중위권에서 포인트나 따는 게 목표라는 얘기다. 한때의 야망은 어디 갔나?

인재 유출, 라이벌들의 사냥터가 되다

팀의 불안정한 상황은 소속 직원들을 경쟁 팀의 주요 타겟으로 만들고 있다. 특히 2026년 그리드에 합류할 캐딜락 팀이 가장 큰 위협이다. 2025년 약 300명, 2026년 약 600명의 대규모 인력 충원이 필요한 캐딜락에게 알핀 직원들은 최고의 사냥감이다.

이런 '두뇌 유출'이 계속되면 팀의 기술적 역량은 더욱 약화된다. 쇠퇴의 악순환이다. 성적이 나쁘니까 사람들이 떠나고, 사람들이 떠나니까 성적이 더 나빠진다.


브리아토레의 도박 - 구원투수냐, 독재자냐

플라비오 브리아토레의 위험한 복귀

과거 베네통과 르노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플라비오 브리아토레가 '경영 고문'으로 돌아왔다.

나는 민주적인 독재자다.

스스로를 이렇게 칭하는 그의 복귀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도박이다. 그는 분명 강력한 리더십을 가졌지만, 그만큼 위험한 인물이기도 하다.

2008년 '크래시게이트' 스캔들의 주역으로 F1에서 추방됐던 전력이 있고, 독단적인 스타일로 이미 팀 내부에 권력 투쟁을 유발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더 큰 문제는 그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이다. 팀의 공식 발표를 공개적으로 "날조된 헛소리"라고 반박하는 식이니까.

드라이버 라인업의 혼돈극

2025년 드라이버 상황이 알핀의 혼란을 가장 잘 보여준다. 시즌 초 6경기 만에 두한을 콜라핀토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을 보면 정말 어이가 없다.

  • 교체당시 발표: 콜라핀토가 "향후 5개 레이스" 출전
  • 브리아토레의 반박: "5경기 보도는 날조된 헛소리, 오직 성적으로 결정"

팀의 공식 발표를 경영진이 공개적으로 부정하는 상황이다. 이게 정상적인 팀 운영인가? 소통이 안 되고 권력 다툼만 있다는 증거다.

드라이버현재 상황
피에르 가슬리2025 시즌 전체 출전, 팀의 모든 포인트(11점) 획득
잭 두한개막전~6라운드 출전 후 성적 부진으로 교체
프랑코 콜라핀토7라운드부터 출전, 계약 기간은 성적에 따라 유동적

미래는 어디로 - 세 가지 시나리오

알핀은 완전한 쇠퇴의 악순환에 갇혔다. 저조한 성적이 리더십 불안으로, 그리고 다시 전략적 후퇴와 인재 유출로 이어지는 구조다.

첫번째. 그럭저럭 버티는 커스터머 팀?

팀이 안정을 되찾고 메르세데스 엔진으로 중상위권 팀이 된다. 하지만 목표는 더 이상 챔피언십이 아니라 꾸준한 포인트 획득이다. 어찌 보면 가장 현실적인 목표다.

두번째. 불가피한 매각?

새로운 르노 CEO가 결국 팀을 매각하고, '알핀'이라는 이름은 F1에서 사라진다. 경제적으로 봤을 때 이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다. 과연 프랑스의 자존심이 사라지는 것을 프랑스 국민들이 용납할까.

세번째. 브리아토레의 마지막 도박?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와일드카드다. 브리아토레가 팀을 다시 강팀으로 만들거나, 아니면 그의 독단적 방식이 더 큰 혼란을 초래해 완전한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


과연 알핀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알핀의 미래는 어둡다. 하지만 만약 이 위기를 극복하고 싶다면 해결할 게 많다.

  • 영구적인 리더십 확립: 정치적 간섭 없는 안정적인 팀 운영진
  • 소유권 의도 명확화: 새로운 르노 CEO의 신속하고 명확한 장기 계획
  • 핵심 인재 유출 막기: 계획을 세우기도 전에 사람들이 다 떠날 수 있다

알핀 F1 팀은 지금 절벽 끝에 서 있다. 한때 르노와 프랑스의 자존심이었던 이 팀이 과연 위기의 피트레인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니면 그냥 이대로 F1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