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Insights

By Conradmaker

브리티시 GP: 비가 만든 드라마.
브리티시 GP: 비가 만든 드라마.

2025 브리티시 GP: 빗속 드라마와 휠켄베르크의 기적

실버스톤이 다시 한 번 해냈다.

영국 특유의 변덕스러운 날씨가 만들어낸 이번 브리티시 GP는 올 시즌 가장 극적이고 재미있던 레이스였다. 노리스의 홈 우승, 피아스트리의 억울한 페널티, 그리고 휠켄베르크의 기적 같은 첫 포디움. 이 모든 게 2시간 동안 펼쳐졌다.

16만 8천 명의 관중이 몰려든 실버스톤은 그야말로 축제였다. 특히 노리스를 위한 전용 '랜도스탠드'는 영국 팬들의 열광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그리고 그들의 영웅은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노리스의 꿈이 현실이 되던 순간

노리스에게 이 승리는 단순한 1승이 아니었다. 레이스 전 노리스는 "이전의 모든 우승을 홈에서의 단 한 번의 승리와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간절했던 것이다.

"아름답다. 홈에서 이겼다. 이건 꿈이다."라고 말하며 포디움에서 눈을 감던 그 순간. 어린 시절 카트를 타며 F1을 꿈꾸던 랜도 노리스는 마침내 영국 팬들 앞에서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노리스의 이 승리에는 이 따랐고, 피트스탑에서의 불운도 따랐다. 팀 동료 피아스트리가 받은 10초 페널티가 없었다면 결과는 달랐을 수 있다. 그래도 상관없다. 홈에서의 첫 승리,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사실 레이스 초반 노리스는 아쉬웠다. 어렵게 베르스타펜을 추월했지만, 11랩 피트 스탑에서 왼쪽 앞바퀴 교체가 지연되면서 다시 베르스타펜에게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비가 내리고 상황이 복잡해지면서 노리스에게 기회가 왔다. 그리고 노리스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피아스트리의 억울한? 페널티

이번 레이스에서 가장 논란이 된 건 피아스트리의 10초 페널티였다. 21랩 세이프티 카 재시작 상황에서 그가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고, 뒤따르던 베르스타펜이 놀라 회피 기동을 했다. 일단 그게 전부였다. 생방송으로 봤을때는 꽤나 아찔했다.

FIA 스튜어드는 피아스트리가 시속 218km에서 52km로 급감속했다며 "변칙적인 제동"을 금지하는 규정 위반이라고 판정했다. 10초 페널티와 슈퍼라이선스 벌점 2점까지 받았다.

문제는 당사자인 베르스타펜조차 이 페널티를 "과하다"고 옹호했다는 점이다. 피아스트리는 "이제 세이프티 카 뒤에서 브레이크를 밟을 수 없는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더 말하면 곤란해질 것 같다는 뉘앙스였다.

맥라렌 CEO 잭 브라운은 텔레메트리 데이터가 TV만큼 나빠 보이지 않았다고 했지만, 팀은 항의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현명한 판단이었나? 일단 난 중립이다.


휠켄베르크의 기적, 239번째 도전 끝에

그런데 이날의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바로 니코 휠켄베르크이다.

19번 그리드에서 출발해 3위까지 올라온 휠켄베르크는 239번의 F1 출전 만에 마침내 첫 포디움을 차지했다. 이보다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또 있을까?

"꽤 비현실적이다"라는 그의 말이 모든 걸 설명한다. 239번이다. 거의 12년 동안 F1에서 뛰면서 한 번도 포디움에 오르지 못했던 남자.

자우버 팀의 전략이 완벽했다. 인터미디어트 타이어로 언제 바꿀지, 슬릭으로 언제 갈아탈지 타이밍을 정확히 잡았다. 그리고 휠켄베르크는 레이스 막판 해밀턴의 추격을 막아내며 3위를 지켜냈다. 역시 자우버는 잘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킥 자우버에게도 이는 13년 만의 첫 포디움이었다. 팀 전체가 환호했다. 패독 전체가 박수를 보냈다. 심지어 영국 관중들도 독일인 휠켄베르크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 포디움으로 자우버는 컨스트럭터 챔피언십 6위로 도약했다. 수백만 달러의 상금이 걸린 문제다. 휠켄베르크의 15포인트가 팀의 미래를 바꿨다.


베르스타펜의 실패한 도박

레드불은 이번 주말 완전히 틀렸다. 드라이 레이스를 예상하고 낮은 다운포스 셋업을 가져왔다. 그 결과 극장같은 폴 포지션을 차지했지만, 비가 내리자 모든 게 물거품이 됐다.

베르스타펜은 그립 부족으로 고전했다. 8랩에서 피아스트리에게 선두를 내줬고, 세이프티 카 재시작에서는 스핀까지 했다. 10위까지 떨어진 베르스타펜은 결국 5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맥라렌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고 솔직히 인정한 베르스타펜. 챔피언십 격차가 이제 69점까지 벌어졌다. 맥라렌 원투가 계속되면 베르스타펜의 4연패는 어려워 보인다.


페라리의 아쉬운 하루

페라리는 젖은 트랙에서 여전히 약했다. 특히 르클레르는 재앙 같은 하루를 보냈다. 슬릭 타이어로 너무 일찍 바꿨다가 스핀하며 14위로 추락했다.

해밀턴은 4위로 선방했지만, 해밀턴조차 SF-25를 혹평했다. "이런 조건에서 운전해 본 차 중 가장 어려운 차"라고 했다. "이 차의 일부 파츠는 내년 차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페라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드라이에서는 괜찮았지만 젖은 트랙에서는 답이 없었다. 전략팀도 문제고 차량도 근본적인 설계 문제인 것 같다.


다른 팀들의 희비쌍곡선

메르세데스: 엇갈린 운명

메르세데스는 아쉬웠다. 조지 러셀이 슬릭 타이어로 과감하게 갔다가 그래블에서 미끄러졌다. 10위로 겨우 포인트 1점을 건졌지만, 더 좋은 결과를 노릴 수 있었다.

키미 안토넬리는 더 불운했다. 시야가 나쁜 상황에서 후방 추돌을 당하며 리타이어했다. 루키에게는 혹독한 신고식이었다.

미드필드의 명암

알핀은 웃었다. 피에르 가슬리가 6위로 들어오며 귀중한 포인트를 챙겼다. 반면 프랑코 콜라핀토는 리타이어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애스턴 마틴은 생각보다 견고했다. 스트롤 7위, 알론소 9위로 더블 포인트를 따냈다. 특히 알론소의 꾸준함이 돋보였다.

윌리엄스도 만족스러웠다. 알렉스 알본이 8위로 들어오며 팀의 컨스트럭터 챔피언십 5위 자리를 더욱 공고히 했다.

하스는 좋지 않았다. 심지어 팀 동료끼리 충돌하는 사고도 있었다.

루키들의 시련

이날은 루키들에게 잔인했다. 총 5명이 리타이어했는데, 그 중 4명이 루키였다. 아이작 하자르, 리암 로슨, 가브리엘 보톨레토, 키미 안토넬리. 모두 완주하지 못했다.

유일하게 완주한 루키는 하스의 올리 베어만이었지만, 베어만마저도 페널티로 11위에 그쳤다. 실버스톤의 젖은 트랙은 신인들에게 너무 가혹했다.


데이터로 보는 레이스

최종 결과

순위드라이버격차
1랜도 노리스맥라렌-
2오스카 피아스트리맥라렌+6.8s
3니코 휠켄베르크자우버+34.7s
4루이스 해밀턴페라리+39.8s
5막스 베르스타펜레드불+56.7s

챔피언십 상황

드라이버 챔피언십

  • 1위: 피아스트리 234점
  • 2위: 노리스 226점 (-8)
  • 3위: 베르스타펜 165점 (-69)

컨스트럭터 챔피언십

  • 1위: 맥라렌 460점
  • 2위: 페라리 222점 (-238)
  • 3위: 메르세데스 210점 (-250)

벨기에에서 만날 다음 장

이제 모든 게 맥라렌 팀 내 대결이다. 노리스의 2연승으로 격차가 8점까지 줄었다. 모멘텀은 노리스에게 넘어갔다. 피아스트리는 페널티 상황도 그렇고, 레이스 중반 타이어 관리도 노리스만큼 완벽하지 않았다. 물론 아직 8점 앞서고 있지만, 분위기는 바뀌었다.

다음 그랑프리는 벨기에 스파 서킷이다. 긴 직선과 고속 코너가 특징인 곳. 레드불이 다시 셋업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페라리는 또 다른 젖은 트랙의 시련을 겪을지도 모른다. 스파는 비가 자주 내리는 곳이다. 해밀턴이 "내년 차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했던 그 요소들이 또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스파는 또 다른 드라마를 예고한다. 과연 노리스가 이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